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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1 서울구치소, 출소하던 날 by 백성균 (10)

돌아왔습니다.

지난 4월 17일, 조계사 농성을 거쳐 체포된 후 5개월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5명의 촛불구속자들이 출소했습니다. 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인 박원석, 한용진, 진보연대 김동규,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권혜진, 그리고 미친소닷넷 백성균(저에요!)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 날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서울구치소를 벗어났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꿈만 같습니다. 그 날 하루 제가 나올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왼쪽부터 백성균(나), 김동규, 박원석, 한용진, 권혜진 - 출처 민중의소리



'백성균씨, 출소 준비하세요'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작은 독방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구치소의 저녁식사 시간은 5시 30분입니다. 문 옆에 달린 작은 식구통에서 밥과 반찬을 받아 상에 얹어 놓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TV(수용자들이 있는 모든 방에 있답니다)를 틀어놓고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늘 해오던 패턴이라 그날도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해치웠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TV에서는 영화 '트랜스포터'가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었던 터라 금요일시간에만 방송되는 영화상영일은 놓치지 않습니다. 설명해놓고 보니 마치 어느 여관에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네요. 어쨌든 아직 밥 먹던 상을 치우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며 영화에 몰입해 있던 그 순간, 사동 담당 교도관이 와서 문창살 사이로 뭐라고 들리지 않게 말을 건넵니다. 그냥 그려려니 했으나 다시 들려옵니다.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백성균씨, 출소 준비하세요.'
'네?'
'보석 출소입니다. 짐 챙겨 놓으세요.'
'아, 보석이요? 오늘 나간다구요?'

얼떨결에 대답하고는 시계를 살펴봅니다.
저녁 6시 30분. 늘 하던 것처럼 밥상을 치웠습니다.


내 작은 독방과 안녕


어리둥절한 상태로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짐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버리고 가기' 지요. 겨울철 차가운 우풍을 막아주던 내복과 속옷들과 양말들과 허름한 티셔츠. 어머니가 넣어주신 사과, 주말에 기분내어 먹어보려던 컵라면과 김치들을 챙겨나갈 짐에서 '제외' 시켰습니다. 버려야 할 것들이지만 우습게도 서운했습니다.

버릴것들을 방바닥에 정렬시켜놓고, 책들과 편지, 사진들을 박스를 얻어 담아놓고, 이제 수번 '147' 이 붙여진 수복을 입고 기다립니다. 사방은 고요하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주말에 공부하려던 것들은 어떻게 할까, 오랜만에 라면도 먹으려 했는데, 그리곤 창밖에 놓고 키우던 작은 화분에 마지막 물을 주었습니다. 제게 유일하게 봄 기분은 내어주던 놈이었습니다.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우습게도 자꾸 서운했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 흘러갑니다. 평소에는 잘도 가던 시간이 초단위로 흘러갑니다. 볼 것도 없는 작은 방을 훑어보았습니다. 그것도 제 살던 곳이라고 정이 들어버렸던 모양입니다. 서운한건가. 계속 있고 싶은거냐. 생각하면서 실실 웃습니다. 그렇게 5개월을 되돌아 보니, 이윽고 문이 열렸습니다. 항상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리고 닫히던 문. 이제는 '자유의 문' 입니다.

'그럼 더 계시든가요'

다른 방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형, 저 보석으로 나가요. 하사장님, 저 지금 나가요. 잘지내세요. 평소에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도 축하한다고 앉아있다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냅니다. 저들 중 반 정도는 가난하고 빽없어서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언젠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 모두 부러워하는 표정이 가득찬 얼굴로 쇠창살을 부여잡고 잘가라고 인사합니다.

짐을 올려놓은 수레를 질질 끌고 긴 사동을 빠져나옵니다. 그날 함께 나온 '공범'(그렇게들 부릅니다) 동규형도 나왔는지 멀리서 손을 흔듭니다. 출소대기실에 도착하니 '공범' 다섯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서로 우스게 소리를 합니다. 아, 주말에 공부할거 잔뜩 쌓아놨는데. 그럼 더 계시든가요. 야, 너는 여기 더 있어야 되는거 아니냐. 나간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 사람들의 여유가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그리고는 자유가 되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자유, 그리고 끝나지 않은 싸움

구치소 정문을 향해 다섯명의 '자유인'이 기분좋게 걸었습니다. 밖에는 번쩍 번쩍 합니다. 기자들이 와있었고, 왁자지껄 환영인파의 모습이 보입니다. 문을 나섰습니다. 박원석 실장님은 아들 소륜이를 안았고, 저는 난생처음 '출소후 두부' 를 먹었습니다. 꽃다발을 안겨주기도 하고 헹가레를 쳐줍니다. 다섯명이 일렬도 서서 한마디 씩 합니다. 솔직히 아무생각도 안나서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사람들을 그렇게 만났습니다. 제 대신 눈물을 흘려주어서 고마웠습니다. 5시부터 9시까지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며 구치소 정문앞에 기다려준 많은 분들이 고마웠습니다. 이분들이 우리의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움이었습니다.

하여 기쁜 마음과 함께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재판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시민들과 함께 했던 촛불은 정당했노라고, 이 나라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어제 미네르바의 무죄 소식을 접했습니다. 곧 우리도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여러분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반가운 사람들, 감사합니다 -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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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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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세미예 2009/04/21 07:38  Modify/Delete  Reply  Address

    고생하셨습니다.

  3. BlogIcon 실비단안개 2009/04/21 08:19  Modify/Delete  Reply  Address

    어제 다른 곳에서 기사를 읽고 기다렸다고 할까요 -
    고생하셨습니다.

  4. 허재현 2009/04/21 09:40  Modify/Delete  Reply  Address

    백성균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음 속으로 응원해왔습니다. 이제 그 맑은 미소가 세상과 다시 마주하게 되겠군요. 저도 덩달아 기쁘네요. 좋은 기회에 또 뵙겠습니다. 저 기억하시죠? 한겨레 허재현 기자입니다.

  5. 병원노동자 2009/04/22 00:2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성균님이 그 곳에 계시는 동안에도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접속을 할 때면 이 블로그를 찾아오곤 했었는데 성균님이 포스팅한 글을 읽으니 감격(?) 스럽네요.
    다들 건강하고 무엇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서 보상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반갑습니다.그리고 자유의 품으로 돌아오신 것 환영합니다.^*^

  6. BlogIcon bbom 2009/04/27 13:58  Modify/Delete  Reply  Address

    ㅋㅋ 이제 자주 보겠네요. 너무 반가워욥

  7. 2009/04/28 17:18  Modify/Delete  Reply  Address

    비밀댓글 입니다

  8. 2009/05/03 05:44  Modify/Delete  Reply  Address

    비밀댓글 입니다

  9. sadf 2009/05/09 10:47  Modify/Delete  Reply  Address

    작작 좀 하지... 왠 광우병... 더러분 유전자들... 억지부리고 거짓말하고 시기하고 모함하고.... 퉤!

  10. BlogIcon 心이 2009/05/18 19:32  Modify/Delete  Reply  Address

    고생하셨어요~~~ 편지 쓰겠다고 서울구치소 주소와 "147"번을 메모해놓았었는데... 그 한 번을 결국 못썼네요.. 이 몹쓸 게으름.... ㅠㅠ 환영 인사마저 이제야 남기다니;;; 도움 된 것 없어 부끄럽지만, 무사히 나와 정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