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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yes24 (www.yes24.com)

바람 피해 오시는 이처럼 문득, 전화하면

누가뭐래요?


심취해서 읽다가 발견한, 미아가 준이에게 보낸 엽서 하나가 옛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개밥바라기별. 방황하는 별들.

누군가 이 책을 성장소설이라 했지만, 내용에 걸맞지 않은 허름한 옷을 입혔다. 무겁고, 가슴 아프다. 젊은날의 방황이라 하기엔 그 시절 너무 커다란 사건과 상처가 담겨있다. 나의 성장기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는 새벽 안개와 같은 거리의 뿌연 정서가 '물기 어린 채' 로 달려 있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를 돌아본다. 나는.

중학교 때 만해도 나는 상당히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모범생이었다. 술을 입에 대 본적이 제사를 마친후 음복 이외에는 없을 정도였고, 집에만 틀어박혀 제발 밖으로 나가서 놀고 오라는 부모님의 말씀도 거역한 인물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모범생이었으며, 가출도 한번 하지 않았고, 일탈이라 할만 한 것들도 두려움에 접근조차 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인생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사회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수배중인 것도 어찌보면 고등학교 시절의 새로운 삶의 연장이다. 그 시절에 '그녀'를 만났다. 개밥바라기별 주인공 준이와 미아의 관계처럼 깊은 사이는 아니었으나, 이 소설이 나와 그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을 바람에 타서 마시면

어떤 느낌일까요?

미아가 준이에게 보낸 단 두줄의 문장과 아주 흡사하게, 그 시절 그녀가 문득 나에게 보낸 단 두줄의 메세지였다. 정확하게 저 말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당히 인상적인 글이어서 지금까지 저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이 친구도 어지간히 '문학소녀' 였기에. 소설 개밥바라기별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느 시의 앞 구절을 차용한 듯한 글귀 아래쪽에' 자신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라고 작은 약도를 그려놓았다.

사실 나와 그녀는 선배와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고, 자연스레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었으며, 이윽고 그녀는 내가 좋다고 이야기했다. 아직도 그 말의 진의를 알 수는 없지만 이성적으로든 선배로서였든 좋다고 하는 고백성 발언에 어린 나는 무척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그 일상적 관계에서 약간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후에도 그녀는 나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고, 나는 그녀에게 답장 한번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편지를 보냈고,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그녀는 나에게 일종의 경고와 같은 메세지를 보내왔다. 시간을 바람에 타서 마시면 어떤 느낌일 것 같냐고, 마치 자신을 바람 맞추지 말라는 듯한 두줄의 문장과 함께 모학교 어느 장소의 약도를 보내온 것이다.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것도 길이 어긋났다. 몇일 후 우리집에 내 얼굴이 그려진 큰 도화지가 도착해있었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내 초상화를 그렸던 것이다. 우리는 늘 그랬다. 미안했다. 변명을 해본다면 당시 나는 무척 어린 나이었다. 

그녀는 때때로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을 했고, 나는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입원한 사실을 알 수도 없었으나, 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병원에서 갓 퇴원하여 코에서 약물이 흐르는 채로 나를 만나자고 했던 그녀를 마중나갔다. 그리고 찻집에서 몇마디를 나누었다. 당시 서로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은것으로 기억한다. 차 값을 계산하고 돌아섰을때 그녀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우연히 스쳐간 몇차례를 빼고는 그 이후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해주었더니, 나를 나쁜놈이라 했다. 맞다. 그래도 변명을 해본다면 당시 나는 무척 어린 나이었다. 미안했다.

10년이 훌쩍 넘어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 대기업에서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언니가 아이를 낳았다고 급하게 자리를 뜨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의 근황과 생활인의 고충을 나눴다. 간간히 지난날의 추억은 이야기 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껄끄러운 혹은 아름다운 혹은 가슴아픈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둘다 지나간 시간은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명제에 충실했고, 그 시절을 추억했다. 단지 내게 시간이 있었다면, 너무나 고맙다고 돌발적으로 말했을지 모른다. 미안하다는 말 보다는 훨씬 좋아보이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고등학교 시절 어린나이에 무슨 그런 스토리가 다 있을까 싶지만, 대한민국 고등학생들도 혹은 성장한 그들도 그럴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시절 아주 아련한 추억으로나 남을 이야기가 개밥바라기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춘기의 모습이야 다양하지만, 각각으로 놓고 보면 인생의 쓴맛과 단맛은 어디든 빠지지 않는듯 하다. 어리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했는가. '나는 가우데아무스 이기투르에 맞추어 젊음을 제(祭) 지내고 있네' 를 음미하는 청춘이 지금 이 시간에도 고뇌하는 영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누구나 그러하듯, 지난 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 개밥바라기별의 주인공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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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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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메이블☆ 2008/10/04 21:15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음. 저도 대략 10년전 쯤의 일이 떠올라요....흐흐 제가 그녀의 입장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글을 읽으니 성균님이 너무 무심하셨단 생각이..! ㅋㅋㅋㅋ
    고등학생이라도 사실 알건 다 알고 감수성도 훨씬 예민하고 그랬던것 같아요.
    한국 가면 저도 옛날을 추억하며 이 소설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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