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다가오기 몇일전부터, 수배자들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자들의 계속 된 질문공세(?), 손님들의 가장 큰 궁금증들이 수배자들의 고민을 유발(?)시킨것이지요.
'추석 계획이 뭐에요?'
이런 질문이 난무하는 이때부터 궁리에 들어갔지요.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추석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이곳 조계사에서 수배자들이 보내는 추석은 농성 73일 중의 하루일 뿐입니다.
사실 늘상 지내왔던 그대로를 살면되지요.
부끄럽긴 하지만, 다른 수배자분들은 몰라도 저는 매일 매일이 휴일 아닙니까.
추석이라고 해서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추석 계획을 세우는 일에 몰두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추석 기분이라도 내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동규형이 털털하게 웃으며 한마디를 허공에 날립니다.
'추석이 되니까, 마음이 갑자기 쓸쓸하네'
왜 안그렇겠어요? 수배자들 모두가 사실 마음이 편치는 않겠지요.
혜진이형은 가을이와 형수님. 박원석실장님은 소륜이도 있고.
각자 가족들 품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송편빚기도, 아니면 고스톱을 치더라도 추석은 늘 시끌벅적 했거든요.
이래서 추석 느낌 나겠나 했었는데,
역시 기우였더군요. 난생 처음 이렇게나 많은 추석 선물을 받다니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추석을 즐겁게 보냈던 이유는
계획이나 프로그램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과 정情 이라는 사실을요.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오시는 분들의 정성이
수배자들을 위로합니다.
김근태 전 의원 가족분들과 양심수후원회 권오헌선생님, 한승헌변호사님.
그 외에도 익명의 시민들과 가족 친지, 선후배분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추석 잘 보냈습니다.
빔프로젝트도 빌려서 영화도 많이 봤구요
갖다주신 기름진(?) 음식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런 추석을 보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이렇게 감사하고 마음 따뜻한 추석도 뜻 깊은것 같습니다.
연휴가 이제 끝나가지만
모든 촛불시민과 가정이 풍성한 한가위 연휴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촛불수배자들도 몸 건강히, 열심히 생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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