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조계사에 서울역 비정규직 집회를 마치고온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몇주전만해도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했었다. 무려 75일을.
기륭의 단식 농성자들은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이송되는 순간까지도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 후, 단식을 진행한 두사람 중 한명은 지금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90여일을 효소만으로 버티고 있다.
기륭전자 분회장, 그녀의 이름은 김소연. 나는 소연누나라 부른다.
그리고 단식을 멈추고 회복에 힘쓰고 있는 또 한명의 농성자 유흥희 조합원. 나는 흥희 누나라 부른다.
이틀전 뒤숭숭한 조계사에서 나는 흥희누나를 만났다.
첫 만남이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촛불 수배자와 기륭 단식농성자, 동병상련의 기구한 운명으로 만난 것은.
그래서였을까. 흥희누나를 따라온 기자가 찍어준 사진은
마치 두사람이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있고 말았다.
흥희누나는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무척 미안하고 또 그리웠다.
다행히도 흥희누나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었다.
서로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나는 앙상한 흥희누나의 손을 잡았다.
너무나 미안했다. 내가 누나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일까.
후회하고 있는 순간. 누나는 나의 볼록한 배를 쓰다듬었다.
한명은 조계사에서 시민들이 갖다준 과자, 빵, 음료수며 여러 음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 배가 부르는가 하면.
내 앞에 서있는 또 한명은 모든 음식을 거부하며 점점 앙상한 모습으로, 자신의 몸을 바쳐가고 있었다.
소연누나의 안부를 물었다.
'소연이가 네 노래 듣고 싶데'
너무나 반가운 이야기지만, 더 미안해지고 말았다.
90여일 효소만으로 버티고 있는 누나를 생각하면, 너무나 아찔했다.
기륭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시민이 비정규직 대책을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제3자가 개입하지 않고, 노사 당사자들이 잘 협상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3자가 누구일까. 이미 협상은 여러번 했다. 왜 되지 않을까.
대통령의 대답이라곤 믿겨지지 않는 저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목숨을 걸고 75일, 90일 단식투쟁을 진행하는 이들 앞에 똑같은 대답을 당당히 내밀 수 있을까.
누나가 곧 가봐야 한단다.
그러더니 조그만 양갱이를 주고 간다.
자신은 75일 단식의 2배정도 기간동안을 복식에 들어가야 한다며,
자신은 먹지 못하니 나에게 양갱이를 주고 간다.
나는 누나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었다.
작은 양갱이를 받아 들고 다시 누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헤어졌다.
오랜 인연의 두사람, 첫만남은 이렇게 끝이 났다.
흥희 누나를 만나니 왠지 마음이 뜨거워졌다.
2008년 대한민국 기구한 운명들.
곧 승리할 것을 굳게 믿는다.
두번째 만남은 소연누나와 함께
승리자의 웃음으로 환하게 맞이하고 싶다.
관련글 : 2008/08/19 - [사람. 이야기] - 60여일 단식중인 소연, 흥희누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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